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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과 사막 속에서 ‘게르(Ger)’에 머물기

게르(Ger)는 몽골인들의 전통가옥으로 둥근 형태의 이동식 가옥이다. 이곳이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쾌적한 가옥이 되었다. 수 백 킬로미터를 달려 깊은 고비 사막, 초원으로 들어가도 게르에서 잘 수 있다. 전통 게르와는 달리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맞춰서 안에는 몇개의 침대, 탁자가 있고 화장실, 샤워실도 있으며 전기도 공급이 된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이런 편리한 숙소가 있고 양고기, 닭고기 등의 푸짐한 식사가 제공된다는 것에 여행자들은 종종 놀란다. 불빛 하나 없는 밤에 바라보는 수많은 하늘의 별은 평생토록 간직할 일생의 추억이 될 것이다.

“쾌적한 게르에서 바라보는 대자연”
몽골이 개혁, 개방되던 초기, 즉 관광객이 별로 없던 1990년대 초반에는 몽골의 초원이나 사막을 여행할 경우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게르를 방문하고 거기서 숙박을 했다. 현대 도시인들에게 불편하지만 그래도 몽골인들의 생활을 접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있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몽골의 게르는 관광객들이 쾌적하게 묵도록 변화되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로 만들어진 게르에는 한방에 서너 개의 침대가 목조 침대가 있다. 별도의 게르에는 깔끔한 화장실, 샤워실도 있다. 식당용 게르는 따로 있어서 이곳에 모여 푸짐한 양고기, 닭고기 등의 식사도 한다. 물론 이것은 단체 여행의 요리사가 준비하는 것이다. 보드카를 마실 수도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인 몽골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전통적인 모습은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옛날의 게르에 가서 체험할 수 있다. 몽골인들 사이에서 게르는 변화하고 있다. 마치 우리의 도시 가옥이 초가집, 기와집, 아파트 등으로 현대화되는 것처럼 도시에 사는 몽골인들이 ‘별장’처럼 만드는 게르는 깔끔하고 쾌적하다고 한다.
어쨌든 외국의 여행자들은 현대적인 게르에 만족하지만 원래의 몽골 문화를 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몽골의 대자연은 변하지 않는다. 끝없는 사막, 초원을 달리고, 걷고, 말을 타며 밤하늘의 강처럼 보이는 은하수(Milky Way) 그리고 별똥별들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풍경은 몽골, 특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초원의 게르에서 자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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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인가, 파오인가, 유르트인가?”
게르(Ger)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몽골어로는 게르이고, 중국에서는 파오로 불린다. 내몽골 자치구에서는 파오라고 부른다. 튀르크계의 유목민들 즉, 카자흐스탄 등의 유목민들은 게르를 유르트(Yurt)라고 부르는데 구조는 비슷하다. 한때 우리는 게르, 파오, 유르트를 혼용해서 썼다. 중국 서역 지방이나 내몽골 지방을 여행한 사람들은 파오라는 말이 익숙하고, 카자흐스탄을 여행하거나 서양인들이 표기한 것을 본 사람들은 유르트가 익숙하다. 그러나 몽골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게르라고 불러주어야 한다. 혹시라도 파오라고 부르면 몽골인들이 기분 나빠한다니 조심해야 한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된 게르의 제작법”
몽골 게르의 전통 제작법과 관련된 풍습은 2013년에 유네스코에 의해서 세계 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만큼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다. 게르는 몽골 민족의 생존 차원에서 나온 가옥이다. 몽골인들은 유목민으로서 계속 풀을 찾아 이동해야만 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강변 지역, 겨울에는 강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산이나 언덕에 만들었다. 동시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빨리 만들고 해체할 수 있어야 했다. 어른과 두세 명 있는 작은 가족은 게르를 30분 이내에 분해하고 1시간 이내에 조립할 수 있다고 한다.
게르는 쉽게 분해할 수 있는 벽과 기둥, 캔버스 천과 펠트로 덮은 둥근 지붕을 밧줄로 묶어서 만들었으며 둥근 구조로 천장의 열려진 구멍을 통해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몽골의 게르는 크게 나무로 된 틀과 펠트로 된 겉 부분으로 나뉜다. 게르는 둥근 벽을 구성하는 5개의 벽, 문, 투노(toono)라 불리는 열린 천장, 투노를 지탱하는 기둥인 바가나(bagana) 2개, 그리고 투노와 벽체를 연결하는 긴 기둥인 우니(uni) 88개로 구성된다. 또한 게르에는 몇 개의 부속물이 있다. 겉의 천은 가축의 털실로 짠 펠트천으로 만들며, 안의 골조는 나무로 만든다. 유목민은 펠트 천은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골격의 재료인 나무는 구하기 어려워 나무가 있는 계곡 등에 사는 사람한테 사서 쓴다고 한다. 벽은 약 1.5m의 길의 나무 10-15개 정도로 만들어졌는데 아코디언처럼 접었던 폈다 할 수 있게 만들어져서 해체한 후에는 재빠르게 접어서 마차에 싣고 이동했다.
게르의 천장 부분에 열린 투노(toono)는 태양 빛이 들어오는 통로다. 몽골인은 이곳으로 몽골 조상의 어머니인 알란고아가 드나든다고 믿는다. 이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은 몽골인에게 시계의 역할도 했다. 투노의 그림자를 보고 경험으로 시간을 감지했다. 겔의 지붕을 덮는 천으로 투노를 가리거나 열의 빛의 양을 조절했고 눈비가 올 때는 닫았다. 겔의 난방은 난로가 하는데 나무가 자라는 지역에서는 나무를 때고 사막 같은 곳에서는 소와 말의 마른 똥을 연료로 사용한다. 게르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하다. 엣날 전통 게르에서는 화장실이 따로 없다. 사방이 화장실이 된다. 처음에 이런 전통 게르에 묵었던 외국 여행자들이 당황했던 일화들이 있다. 남이 볼까 봐, 양떼나 말 사이로 들어가서 용변을 해결하는 바람에 몽골에서는 화장실에 간다는 말을 ‘말을 보러 간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현대적 게르는 따로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다.
몽골에서는 집 크기를 말할 때 벽이 몇 개냐로 크기를 따진다. 가장 대중적인 ‘5개의 벽을 가진 게르’는 생활공간이 약 16-18㎡(5평 반 정도) 되는 조그만 공간이다. 옛날의 부자들은 10- 12개의 벽을 가진 대형 게르에 살았으며 거대한 수레 위에 큰 게르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대형 게르는 칸(왕)들의 전용이었고 황소 수십 마리가 2열 횡대로 끌고 다녔다 한다.
게르를 만들 때는 가장이나 공동체 리더의 주도하에 가족 구성원과 공동체가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다양한 전통 지식을 습득했는데 세월이 가면서 게르도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들이 생겼다. 마치 우리가 초가집에 살 때는 각 가족이 스스로 만드는 방법을 알았지만 점점 가옥이 발전하고 기와집이 되면서 전문가가 생겨나듯이 게르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장인들은 특히 여름철에 바빴는데 이유는 가을에 결혼식을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전통적으로 신혼부부에게 겔이 필수적인 선물이었다. 그런데 몽골에도 현대화의 바람이 불면서 모든 것이 변해갔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초원의 유목 인구가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게르를 분해, 조립하는 일을 번거롭게 생각하는데 요즘에는 초원이나 도시 외곽에 사는 가난 이들이 전통적인 게르에서 살고 있다 한다. 반면에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부자들은 초원에 게르 별장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만든 현대식 게르는 GPS와 위성을 이용한 방송, 전화가 가능하고, 태양열, 풍력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고 와이파이까지 설치하고 있다. 물론 먼 초원, 사막으로 나가면 접속이 원할치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20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몽골 전체 가구 중 38.2%인 34만 가구가 게르에 사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도시 지역에선 24.7%, 농촌 지역에선 66.1%가 게르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점점 전통적인 게르를 만드는 사람들은 드물어지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2013년에 ‘게르 전통 제작 방법’을 세계 무형 무산으로 등재한 이유다.

“전통 몽골 게르에서의 예의”
원래 전통 몽골 게르에서는 지켜야 할 관습이 많았다. 게르 내부에 부처를 모신 불단을 차리기도 했는데 불단은 서쪽이나 북서쪽에 두며, 출입구는 항상 남쪽을 향한다. 불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서 게르 안의 화로를 넘어 다니거나, 안에 물을 붓거나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게르 안에서 휘파람을 불거나 기둥에 기대서는 안 된다. 게르에 출입할 때 문지방에 걸리거나 밟으면 다시 나갔다 들어와야 한다. 게르 안에 앉을 때는 밖에서 보았을 때 기준으로 정중앙은 가장이나 티베트 불교 승려만이 앉을 수 있는 상석이고 주방 시설이 있는 오른쪽은 안주인의 자리다. 손님은 왼쪽, 아이들은 출입문 쪽에 앉는다. 앉을 때는 위계질서와 나이 순서대로 앉는다. 물건을 보관할 때, 남자들의 물건은 서쪽에 놓고 여자들의 물건은 동쪽에 놓는다. 북쪽에는 가장의 물건이나 무기, 말을 다루는 마구, 나라에서 받은 상 등 귀중품을 놓는다. 새로 지은 게르에는 하다그(khadag)라고 부르는 곡식이 든 푸른 주머니를 매달고 풍요를 기원한다.
여전히 전통을 지키는 몽골의 게르에서는 지켜지는 전통이지만 도시화가 되면서 이제 사라지는 전통이 되고 있다. 우리 역시 전통문화가 급속하게 사라졌듯이 몽골에도 현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하지만 몽골의 대초원, 사막, 파란 하늘, 밤하늘의 별 등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대자연이다. 살아 있는 대자연을 보기 위해 세계의 여행자들이 몽골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