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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신혼 여행지, 몰디브 리조트와 수도 말레

c.unsplash.com/Ishan @seefromthesky

몰디브는 우리에게 신혼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리조트 시설에 묵으며,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둘만 오붓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해변을 거니는 풍경이 몰디브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다. 실제로 외따로 떨어진 섬의 리조트들은 그렇다. 리조트에서 뒹굴거리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같은 물놀이를 하며 세상을 잊고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다.

“최고의 신혼 여행지 몰디브”
신혼 부부는 몰디브에 도착하는 순간, 훌후말레섬에 있는 국제공항에 내려서 스피드 보트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예약된 리조트로 이동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던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 녹색빛의 바다, 하얀 모래, 한적한 리조트,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몰디브는 1,19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인도와 무인도가 있는데 그 중에 약 100여개의 섬이 고급 리조트로 개발되었다. 몰디브는 1972년경부터 관광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면서 섬 하나를 통째로 하나의 리조트(One Island, One Resort)로 개발했다. 그러므로 세상을 잊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신혼부부는 몰디브 리조트에서 할 일이 없다. 먹고, 마시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거닐다가 액티비티를 즐기며 세상을 잊는 곳이다.
특히 신혼여행지로서 몰디브는 최고다. 결혼 전에 신혼부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다. 그 피곤한 상태에서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을 떠난다면 너무도 힘들다.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그러므로 적어도 신혼여행은 몰디브 같은 곳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최고다.

“몰디브의 말레는 달걀처럼 꽉 찬 섬이다.”
그러나 몰디브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며 어엿한 독립국으로서 그들 만의 세상이 있다.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현재 몰디브의 수도 말레를 돌아봐야 한다. 말레는 왕이 살던 섬이었으며 한때 왕국과 성벽이 있었지만 초대 대통령 이브라힘 나시브가 그 성벽을 부숴버렸다고 한다.
행정 구역상 수도 말레에 속해 있는 인공섬 훌루 말레의 공항에서 보트를 타고 몰디브에서 가장 큰 섬인 수도 말레섬으로 나올 수 있다. 말레는 수도답게 사람들이 빡빡하게 모여 산다. 말레는 몰디브의 옛말로 '피'를 뜻하는데 과거 이곳에서 많은 생선을 손질하였고, 이로 인해 항상 생선 피를 볼 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말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유명하고 길이 1.7km, 너비 1km, 해발고도 약 2m, 면적이 1.9km²로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말레에 거주하는 인구는 몰디브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약간 못 미치며 인구는 1987년 2만 명에서 2006년 십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2014년 13만 명에 이어 2020년에는 약 22.7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건물들이 빡빡하게 들이찬 모습이어서 ‘달걀처럼 꽉 찬 섬’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그 복잡한 거리 속에서 몰디브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
수도 말레는 6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4개 구역(Henveiru, Galolhu, Maafannu, Macchangolhi)은 말레 섬에 있고 인근의 빌링일리(Vilingili) 섬과 2004년 완공된 공항이 있는 인공섬 훌후말레(Hulhumale)섬이 나머지 2개 구역을 구성한다.

“말레섬에서 볼 것들”
말레에는 몰디브 대통령궁 물리아게(Mulee Aage)가 있다. 웅장하지 않은 아담한 집인데 1990년대 중반까지 대통령궁으로 이용되다가 새 궁이 생긴 이후 현재는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 맞은 편에 ‘올드 프라이데이 모스크’(Old Friday Mosque)에서는 무슬림들이 기도를 한다. 살아 있는 모스크로서 이곳은 몰디브 전통 건축 기법인 산호 블록을 퍼즐처럼 맞춰서 쌓은 독특한 곳이다. 이곳은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반면에 ‘그랜드 프라이데이 모스크’(Grand Friday Mosque)에는 여성들이 출입할 수 있다. 천을 두르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돌아볼 수 있다.
말레섬에는 전통 어시장과 마켓도 있다. 어시장은 말레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이다. 그들의 주식인 생선이 거래되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생선 자르는 것을 볼 수 있고 어시장 옆에는 과일과 채소를 파는 전통시장이 있다.
이 좁은 곳에도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이 있다. 몰디브는 한때 술탄 왕국이었고 그때 지배자 술탄의 궁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국립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곳에 가면 왕실의 유적들을 볼 수 있어서 옛날 몰디브 왕국이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상상할 수 있다. 술탄 공원(Sultan Park)은 작은 공원으로 잠시 쉬면서 남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또한 독립 광장인 줌후리 마이단(Jumhooree Maidhan)이 있다. 줌후리 마이단에는 거대한 몰디브 국기가 게양되어 있고 그 주변에 정부기관, 경찰 본청이 몰려 있다. 그외에도 메드후 지야아라스(Medhu Ziyaarath)가 있다. 이곳은 1153년 몰디브를 이슬람교로 개종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유수프 빈 아마드 알 카우네인(Abual-Barakat Yusufal-Barbari)의 무덤이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아담한 건물로 14세기경 몰디브에 왔던 그는 미신을 믿고 있던 몰디브 사람들을 개종시켜서 이슬람교도로 만들었다.
또한 말레에는 말레 유일의 해변인 인공 해변) (Aritificial Beach)도 있다. 말레 섬 주변은 모두 부두 형태로서 자연스런 해변이 없기에 인공 해변을 만든 것이다. 말레 사람들은 여기서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며 지낸다. 리조트에서는 외국 여성들이 비키니 차림을 입는 것이 자유롭지만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말레의 인공 해변에서는 비키니가 금지되어 있다. 입국시에는 한 병의 술도 반입할 수 없으나 리조트에서는 즐길 수 있다.

“말레 섬의 역사”
아마도 말레섬의 최초 정착민들은 드라비다어 계통의 언어를 쓰던 종족들로 보인다. 인류의 이동 경로를 볼 때 약 4, 5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현대 인류의 조상 크로마뇽인들 중의 한 일파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동쪽으로 갔고 다른 일파는 인도를 거쳐 인도양, 남태평양 쪽의 경로를 통해 동진하면서 수렵 채집 문화를 유지하며 살았는데 그들 중의 일부가 몰디브 섬과 스리랑카 섬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기원전 1세기경에 인도 대륙과 스리랑카를 거쳐온 싱할라족들이 이곳에 이주했다. 지금도 몰디브나 싱할라의 다수 인종은 싱할라계 종족이다.
이들은 대략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12세기까지 불교를 신봉했었고 사찰 유적이나 불상들이 종종 발굴된다. 그러나 12세기경부터 아랍인, 페르시아인, 소말리아인 상인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12세기에 이슬람화가 진행되었다.
이곳의 역사는 인도, 스리랑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16세기에 포르투갈에게 지배당했으나 1600년대 중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지배하고, 1887년 영국이 보호령으로 삼으면서 스리랑카에 예속시켰다. 이후 1948년 영국의 직할 보호령 아래 술탄이 통치하고 있던 몰디브는 1953년 1월 1일 대통령제의 공화국으로 새 출발했지만 개혁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1953년 8월 21일에 면직되었고 대통령은 망명을 한다. 이후 왕정복고가 되었지만 영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1968년 3월에 몰디브는 다시 국민의 지지하에 왕을 몰아내고 제2공화국이 열린다. 그러나 제 2공화국 대통령은 이브라힘 나시르는 1968년부터 1978년까지 국고에서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싱가포르로 망명한다. 두 번 째 대통령 마우문 압둘 가윰은 쿠데타 시도가 있는 가운데도 2008년까지 약 30년간 독재 통치를 했다. 이런 장기 집권 속에서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부패해 갔다.
세 번째 대통령은 직선제에 의해서 모하메드 나시드가 되었지만 쿠데타에 의해서 무너지고 2013년 치러진 대선에서 모하메드 나시드는 45% 득표로 1위를 했지만 몰디브 대법원은 부정선거라 판결을 내렸고,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독재자 마우문 압둘 가윰의 이복 동생인 압둘 야민이 51%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전 대통령 모하메드 나시드는 반 테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3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6년 수술을 받고 영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후 독재자 압둘 가윰, 그의 이복 동생 압둘 야민, 전대통령 모하메드 나시드, 그의 친구인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간에 엎치락뒤치락 권력 투쟁이 이어진다. 대법원에서 2018년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고, 독재자였던 압둘 가윰도 자신의 이복동생인 압둘 야민 대통령을 비판하자 압둘 야민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신의 형인 압둘 가윰과 대법원장을 체포한다. 이에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인도에 군사개입을 요청한다. 그와 그의 친구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등은 친 인도, 친 서방계고 압둘 야민은 친 중국계로서 외교에서도 차이가 났다. 이런 권력 투쟁은 2018년 9월 대선 투표에서 야당측인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 리가 당선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2022년 야민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징역 11년과 벌금 500만 달러를 선고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이런 혼란 속에서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 돈 세탁이 극심했다고 한다.

작은 섬에 모여 사는 사람들끼리 무슨 권력다툼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1100개의 섬과 100개의 리조트 섬 등으로 연결된 몰디브 섬에서는 다른 나라 못지않은 권력 투쟁, 쿠데타, 부패, 투옥, 정치 보복 등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기에 친 인도계, 친 중국계 등의 외세가 얽혀 있기에 앞으로도 정치는 불안정한 상태다. 몰디브 섬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 않아 잘 몰랐지만 신생 독립국들이 겪는 혼란을 다 겪어 왔다.
그러나 정치와 상관없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리조트 섬으로 떠나는 관광객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 여행자들에게 몰디브는 그저 평화로운 리조트 섬으로 다가올 뿐이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말레섬”
이렇듯이 좁은 말레에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골목길이 많다 보니 차보다 오토바이들이 많이 다니고 관광객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런 낯선 풍경은 몰디부 각지에 있는 리조트, 해변과 함께 몰디브의 매력이다. 기후는 열대기후로 인도 대부분 지역처럼 건기-혹서기-우기의 계절이 있으나 인도 본토에 비하면 계절간의 차는 바다의 영향으로 인해 덜한 편이다.
몰디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발고도가 2.4m에 불과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전 국토의 섬들이 물에 잠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개의 섬은 이미 수몰되어 소실되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수중 국무회의 영상까지 찍어 가며 지구 온난화 위기를 세계 각국에 홍보하고 다니는 상황에까지 왔다. 2010년대 들어선 몰디브 정부가 환경 정책보다는 리조트 개발과 관광업에 대한 수익을 올려 그 돈을 수몰로 인한 국민의 이주비로 마련하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몰디브의 말레 섬은 볼거리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유흥 문화가 발전한 곳도 아니다. 리조트에서 쉬다 가는 사람들은 말레에 들를 일도 없기에 그렇다. 그러나 하루 정도, 말레의 숙소에 머물며, 시내를 돌아보는 시간은 낯선 경험이다. 사람들이 없고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먼 훗날, 그것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몰디브라는 나라가 바다에 잠겨 사라질 때, 이곳에 갔다 온 사람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몰디브 섬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