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의 도시, 일리 카페의 탄생지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트리에스테(Trieste)는 슬로베니아 국경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로 트리에스테 앞 바다는 다드리아해에 위치한 트리에스테 만이다. 트리에스테는 1380년부터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지배를 받다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이탈리아에 속하게 되었다. 지도에서 보듯이 트리에스테는 이탈리아 동북부의 끝에 있으며, 슬로베니아 영토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형태고 슬로베니아의 ‘피란(Piran)에서 차로 약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트리에스테는 슬로베니아 두브로브니크의 크로아티아와 연계시켜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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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에스터는 지배자가 종종 바뀌다 보니 주민 구성도 복잡하다. 이탈리아인 외에도 슬로베니아인, 크로아티아인,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내에는 세르비아 정교의 교회, 카톨릭 교회, 그리스 정교회, 유대교 회당도 있으며 트리에스틴 방언에는 이탈리아아, 슬로베니아어, 독일어, 그리스어, 크로아티아어의 흔적이 포함되어 있다. 이곳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볼 만한 곳이 있다. 이 도시는 ’일리 커피‘의 탄생지로서 일리 카페(Illy Caffè) 1호점이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무세오 레볼텔라(Museo Revoltella, 레볼텔라 박물관)
이곳을 오래동안 다스리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이 도시에 부유한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성을 보장했다. 그들이 얼마나 부자였는가를 알고 싶다면 수에즈 운하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현지 예술가를 지원하는 데 많은 돈을 쓴 목재상인 Pasquale Revoltella의 눈부신 저택인 레볼텔라 박물관(Museo Revoltella)를 방문해 보면 안다. 그의 유산이 너무 많아서 박물관은 현재 도시 블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목재 산업으로 부를 쌓고 수에즈 운하에 손을 댄 부유한 트리에스터의 상인 Pasquale Revoltella은 자신만의 부를 즐긴 것이 아니라 현대 트리에스티니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 그 결과, 현재는 인접한 브루너 궁전(Palazzo Brunner)의 여러 층에 걸쳐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예술품의 거대한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다.
“키에사 디 산토 스피리디오네(Chiesa di Santo Spiridione) 세르비아 정교회”
1868년에 건설된 이 세르비아 정교회는 전형적인 비잔틴 양식을 갖추고 있고 중앙의 커다란 돔과 주변의 네 개의 작은 반구형 큐폴라(Cupola, 둥근 천장)가 인상적이다. 부유한 세르비아 선박 소유주가 건설한 이 건물은 동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세르비아 문화의 중요한 유산이다. 내부에는 모자이크와 러시아의 19세기 금은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 교회는 도시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10,000~18,000명)인 세르비아 공동체가 섬기는 교회다.
“파로 델라 비토리아(Faro della Vittoria) 등대”
이곳은 트리에스터 만의 등대다. 68m 높이의 탑과 솟아오른 승리의 날개를 자랑하는 구리 돔이 있는 이 우아한 등대는 그레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가면 트리에스테 만의 장엄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등대이면서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군인을 기리는 기념물로 지어진 이 등대에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을 기리며 빛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리시에라 디 산 사바(Risiera di San Sabba) 박물관”
1943년에 강제 수용소였던 이곳은 1960년대부터 국립 기념물이자 박물관이 되었다. 이 박물관에는 이곳에서 희생한 5,000명을 기념하고 있다. 여기에는 나치에 대해 저항한 트리에스테 및 슬로베니아 저항군과 함께 유대인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죄수들의 사진, 편지 및 기타 유물 모음이 전시되어 있다.
“델우니타 디탈리아 광장(Piazza dell'Unità d'Italia)”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바다를 바라보는 광장이다. 이 광장은 오스트리아-헝가리 도시 계획과 현대 시민의 자부심이 드러난 곳이다. 트리에스테의 19세기 시청사인 무니치피오 궁전(Palazzo del Municipio)을 포함하여 도시에서 가장 웅장한 궁전 옆에 있는 이곳은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지평선 위의 배를 바라보기에 좋은 장소다.
“이탈로 스베보(Italo Svavo)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박물관”
이탈로 스베보(Italo Svevo,1861년~1928년)는 트리에스테 출신의 이탈리아 소설가이다. 본명은 에토레 시미츠(Ettore Schmitz)로 독일계 유태인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유태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는데 그 당시에는 트리에스테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공부를 중단하고 일찌감치 은행에 취직해서 20년 동안 근무했지만 직장 생활 중에도 글을 써서 1892년 첫 번째 소설 《어떤 인생》과 1898년 두번째 소설 《노년》을 자비 출판하였는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뒤 집필을 포기하고 1899년 장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사업에만 전념을 했다. 그러다 마침 트리에스테에 와 있던 아일랜드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07년에 그의 영어 교사로 들어오면서 중단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는 1923년 《제노의 의식》을 자비로 출간하고 이탈리아 문단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제임스 조이스와 시인 에우제니오 몬탈레의 추천으로 프랑스 문단에 알려져 크게 호평 받은 뒤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제노의 의식》 후편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자동차 사고로 죽었으며 그는 죽은 뒤에야 현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한다.
그는 제임스 조이스나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내적 독백을 주제로 글을 썼으며 현재 심리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 『제노의 의식』은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소설 100선에 선정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혼란의 시대였던 20세기 초반 유럽인들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다. 무기력하고 신경증적인 부유한 사업가지만 머릿속에 온갖 병을 안고 사는 주인공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기록하지만 글을 쓸수록 혼란에 빠진다. 의식 저편에서 흐릿해졌던 잊고 싶은 기억들과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갈등이 되살아나면서 중심을 잃고 타락에 빠진 자신을 보게 된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인간들이 추구했던 건강, 돈, 힘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탈로 스베보’는 제임스 조이스, 프루스트,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트리에스테 시에서 이탈로 스베보와 제임스 조이스 두 사람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Via della Madonna del Mare, 13, 34124 Trieste TS/10:00-13:00 오픈(수요일에는 오후에 오픈) 트리에스테를 가기 전에, 혹은 여행 중에 한국에서도 번역된 ‘제노의 의식’을 읽는다면 이 도시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트리에스테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항구와 일리 커피의 탄생지와 이탈로 스베보의 고향이라는 것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