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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중심 기념비가 있는 투바 공화국의 수도 키질(크질)

러시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몽골과 서부 시베리아 평원 사이에 높은 산맥들이 보인다. 약 2천km의 알타이 산맥과 1천km의 서 사얀 산맥 그리고 600km의 동 사얀 산맥인데, 동서 사얀 산맥 사이를 흐르고 있는 예니세이 강은 러시아 대륙을 종단해 북쪽의 북극해로 흘러들어간다. 이 거대한 사얀 산맥과 강 유역은 예로부터 수많은 유목민들의 고향이었다. 돌궐족(투르크족), 위구르족, 몽골족들이 살았었고, 지금은 러시아 연방에 속한 알타이 공화국, 하카시야 공화국, 투바 공화국 등이 있다. 그리고 사얀 산맥 깊은 곳에 있는 투바 공화국의 수도 키질(Kyzil, 크질)에 아시아의 중심 기념비가 있다.

“투바 공화국의 키질((Kyzil) 가기 전에 들러야 하는 아바칸(Abakan)”
투바 공화국의 키질은 깊고 깊은 사얀 산맥 너머에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하카시야 공화국의 수도 아바칸에 들어야 한다. 아바칸 지역의 미누신스크는 약 5천년 전부터 청동기 문화가 발생한 곳으로 시베리아 문화의 요람이었다.
아바칸은 기차로 갈 수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크라스노야르스크라는 곳에서 내린 후, 횡단철도 본 궤도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면 거의 12시간 후에 아바칸에 도착하게 된다.
아바칸은 하카시아 공화국의 수도로 인구 16만인 아담한 도시다. 하카시야 공화은 인구 약 60만 명 중에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81.5%고 몽골계인 하카시야인은 11.5% 정도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 보면 하얀 살결의 러시아인들이 훨씬 눈에 많이 띄고 간간히 우리와 얼굴이 비슷한 몽골계들이 눈에 띈다. 아바칸과 하카시아 공화국은 여름에는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초원을 볼 수 있고, 겨울에 가면 엄청난 눈에 파묻힌 자작나무숲과 침엽수림이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바칸의 11월 중순쯤 온도는 영하 17도에서 20도 정도고 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도 떨어진다. 여인네들이 아이를 썰매에 태워 끌고 다니는 풍경도 종종 볼 수 있고 사람들은 모두 잣을 우물우물 씹다가 껍질을 뱉는다. 시베리아에는 잣나무들이 많아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잣을 많이 씹는다. 이곳은 오지중의 오지 같지만 백화점에 들어가면 웬만한 상품은 다 들어와 있다. 청바지, 화장품, 음악 CD, 전자 렌지, 냉장고 그리고 한국산 TV도 보이며 왁지지껄한 재래 시장은 우리의 옛모습처럼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아바칸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미누신스크에서는 3천년에서 5천년 전의 청동기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중국의 은나라, 주나라의 유물과 비슷하다. 그러니까, 이 지역은 현재 러시아 영토에 속해 있지만 먼 옛날에는 몽골리언들의 무대였던 곳이다. 미누신스크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신시가지에는 아파트 등 현대적인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고 구시가지에는 수백년 전의 목조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시가지 중심에는 러시아 정교회 사원이 있었고 사원 근처에 박물관이 있는데 이 박물관은 원래 마티아노브라는 사람이 1877년에 만든 박물관으로 처음에는 바위와 벌레를 수집해서 전시했지만 지금은 청동기 시대, 스키타이인의 무기 그리고 거석 문화의 유물이 전시 되어 있다.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사람 몸의 두세배는 됨직한 크기의 거대한 선돌들은 기괴한 느낌을 준다. 태평양의 이스터 섬에 있는 석상들처럼 커다란 얼굴 형상, 혹은 남자의 성기 형상처럼 보이는 거대한 선돌들도 보인다. 동물 그림들, 수렵하는 모습 등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들도 있다. 이런 거석들은 시베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지중해 부근에서도 많이 출현된다. 유명한 영국의 스톤헨지 역시 기원전 2,800년 경부터 만들어진 거대한 환상 열석들이다. 이런 거석들은 천문대 역할을 했다는 설도 있고 매장에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미누신스크는 수천년 전 이런 문화가 크게 번성했던 아시아와 시베리아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투바 공화국의 수도 키질 가는 길”
키질은 하카시야 공화국의 수도 아바칸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11월 중순 쯤에 간다면 영하 20도의 추위 아래서 덜덜 떨며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물론 여름에는 쾌적한 날씨라 여행하기가 편하다. 겨울에는 거대한 사얀 산맥을 넘는 동안 엄청난 폭설이 내리고 그 못지 않게 제설차들이 부지런히 다녀서 길을 만든다. 사얀 산맥을 넘고 넘어 가면 검문소가 나온다. 투바 공화국은 러시아 비자를 받고 가면 그냥 갈 수 있다. 다만 기록을 하기 위해 한국인의 여권은 기재하는데 검문하는 군인의 얼굴이 한국인과 비슷하다. 투바인은 몽골리언으로 한국인과 거의 흡사하다. 투바인들은 스탈린 시대 때도 티베트 불교를 국가의 종교로 체택했었는데 소련이 망하던 무렵에 폭동이 일어나서 약 3천 명의 러시아 기술자들이 투바 공화국을 떠난 적도 있었다. 투바 공화국은 인구 밀도가 아주 낮다. 면적 17만 제곱킬로미터에 사는 사람은 약 30만 명이다. 한반도의 전체 면적이 약 22만 제곱킬로미터인데 남북한 전체 인구가 7천만인 것을 생각하면, 이곳은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시아의 중심, 투바 공화국”
투바 지역은 지금 러시아 연방에 속해 있고, 투바인들은 러시아어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시권이다.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까지 흉노족이 지배했었고 6세기때는 돌궐족, 8세기때는 위구르족, 13세기때부터 몽골족이 지배했으며, 18세기부터는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었다.
투바 공화국의 수도 키질은 인구 9만 5천으로 한나절만 걸어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다. 낮고 오래된 건물, 초라한 행인들의 옷차림으로 보면 한눈에 이 지역이 사얀산맥 속의 오지라고 생각할만하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미 한글이 새겨진 새우 스낵과 한국산 신발들이 있고 투바족 청년들은 ‘카레이스키(한국인), 카레야(한국) 넘버원’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 정도다.
겨울이면 마을 중심지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는 예니세이강은 꽁꽁 얼어붙는다. 강 한가운데는 북극의 빙하처럼 얼음덩어리가 흘러가고 얼어버린 강가에서는 사내들이 얼음낚시를 한다. 이곳에 아시아 중심 기념비가 있다. 예니세이 강을 내려다보는 강변에 우뚝 서 있는데 단이 있고 커다란 지구본 위에 뾰족한 탑이 있다. 이 기념비는 19세기에 이곳을 여행했던 별난 영국 여행자가 세운 것으로 나름대로 계산을 한 결과 이곳이 아시아의 중심이라고 생각해 이런 탑을 세운 것이다.
사실, 러시아나 서방의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변방중의 변방이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던 유목민들에게는 변방이 아니라 중심지었다. 이곳은 이제 관광 명소가 되었고 결혼식을 올린 현지의 신혼부부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민족과 비슷한 서낭당과 무당의 흔적”
이곳에서는 우리 민족과 관련된 흔적도 있었다. 예니세이 강변에는 우리의 서낭당처럼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알록달록한 천을 세워 놓은 곳이 있다. 그 옆의 집은 무당집으로 향을 피워놓고 찾아온 여자 손님들에게 점을 보아주는 곳이다. 자료에 의하면 1931년 투바 공화국에는 725명의 샤먼이 있었는데 남자와 여자가 반반이었다고 한다.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접촉하여 미래를 예언하고 병을 고치는 샤머니즘의 발원지가 바로 이 사얀 산맥이라는데 의식은 물론 생김새까지 똑같은 투바족을 보면 우리의 샤머니즘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라는 느낌이 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