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표 극장, 마린스키에서 발레 공연관람
러시아는 발레로 유명하다. ‘볼쇼이 극장’은 발레 공연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한 대극장이다. 그런데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극장은 마린스키(Mariinsky)다. 러시아에서 볼쇼이 다음 가는 극장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마린스키 극장에 가서 발레를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자랑인 마린스키 극장, 마린스키 발레단”
마린스키Mariinsky) 극장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르를 대표하는 극장으로 1860년 짜르 알렉산드르 2세에 의해서 지어졌다. 마린스키는 자신의 부인인 황후의 이름인데 1860년에 5층 건물로 지어졌다. 1860년 10월 2일 미하일 글린카(Mikhail Glinka)의 오페라《차르에게 바친 목숨 A Life for the Tsar》을 공연하면서 개관했는데 건물 내부 장식은 화려하다. 크리스털과 도금으로 장식된 하늘색 객석과 안락한 박스, 커튼 등이 유명하다. 원래 이 극장 자리에는 서커스 공연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이 나서 버려진 후, 그 자리에게 현재의 마린스키 극장이 건축되었다. 소련 시절에는 '키로프 국립 오페라 및 발레 아카데미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옛 이름을 되찾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린스키 발레단이 이 극장 소속인데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명세에 비하면 관람 요금은 저렴한 편이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왔다면 이곳에서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구관과 신관이 있는데 구관이 더 격식을 갖추고 전통적인 분위기다.
“모스크바에서 볼쇼이 극장에 갈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린스키 극장에 갈까?”
여정에 따라 물론 달라지겠지만 볼쇼이 극장은 모든 면에서 더 크고, 돈이 많고, 무용수도 많으며, 공연도 많이 한다. 그리고 매우 큰 역사적인 무대임에는 틀림없다. 반면에 마린스키 극장은 규모는 작지만 무용수들은 더 부드럽고, 시적이고, 영혼을 감동시키는 순수한 클래식한 테크닉을 보여준다고 평해지고 있다. 발레에 관심이 있고, 시간이 된다면 두 군데 다 가는 것이 좋겠지만 여정에 따라서, 표의 상황에 따라서, 혹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유럽에서 전파된 러시아 발레”
러시아 근대 문명의 많은 것들이 유럽에서 받아들였지만 발레 역시 유럽의 것을 모방하면서 시작되었다. 1673년 알렉세이 황제를 위해 독일의 한 무용단이 와서 공연한 후, 러시아 황실에서는 유럽의 발레 무용단을 많이 초청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발레에 대한 관심이 퍼져 나갔고 1738년에 안나 여제는 러시아 최초의 발레 학교를 세웠다. 그 학교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무용수이자 발레 마스터인 쟝-밥티스트 랑데가 프랑스의 발레 기법을 가르쳤다. 그후 러시아의 발레는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어 러시아 문화의 상징처럼 되었고 발레나 오페라를 공연하는 볼쇼이 극장, 마린스키 극장도 러시아를 상징하는 극장이 되었다.
“기울어져 가는 러시아 발레”
러시아 문화의 상징인 발레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국제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해 실망한 스타 발레리나, 발레계 인사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전 세계로부터 러시아 발레계가 외면당하고 있다 한다. 러시아 최고 발레리나인 올가 스미르노바는 무릎 수술 후 재활을 위해 두바이에 머물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전 발발을 보고 귀국을 포기했다. 그리고 2023년 10월, 볼쇼이 발레단을 나와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녀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의 침공과 관련하여 ‘러시아를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자신의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임을 밝혔다. 볼쇼이 예술 감독 출신으로 세계적인 안무가로 꼽히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라트만스키는 ‘푸틴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러시아에 돌아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또한 프랑스 출신으로 모스크바 네미로비치 단첸코 발레단 예술 감독이었던 로랑 일레어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사표를 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던 영국 출신 무용수 잰더 패리시, 이탈리아 출신 자코포 티시도 마찬가지다.
현재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테드 브랜든슨 예술 감독은 우크라이나 전 이후 매일 러시아 무용가들로부터 입단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하니 러시아 발레계는 점점 위축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또한 세계 발레계에서도 러시아 발레는 외면당하고 있다. 유럽 대다수의 국가들은 자국 문화 기관에 볼쇼이, 마린스키 등의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