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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가장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랴티야 공화국과 울란우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TSR(Trans Siberia Railway)을 따라 달리다 보면, 베이징에서 몽골의 울란바토르를 거쳐 오는 TCR(Trans China Railway)이 만나는 지점이 중앙 시베리아 한복판에 나타난다.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인 울란우데로,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마주치는 얼굴들이 우리와 매우 흡사해서다. 울란우데에 살고 있는 부랴트족은 유전학적으로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민족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철새가 알 수 없는 끝없는 넓이에 퍼진 타이가의 매력”
하바로프스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몽골과의 접경지역인 울란우데까지 약 54시간이 걸린다. 이 길에는 거대한 타이가 숲이 펼쳐지는데 러시아의 시인 안톤 체호프는 타이가의 매력을 이렇게 읇었었다.
“타이가의 매력은 우뚝 솟은 거목이나 깊이 모를 정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철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끝없는 넓이에 있다”
실제로 이길을 달리면 인도 대륙을 다 덮을 수 있다는 자작나무 숲은 쉽게 끝이 나지 않는다.

“울란우데 가는 길에 마주치는 벨로고르스크”
울란우데까지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도시 중에 ‘벨로고르스크’가 있다. 이곳에서 얼마 안 떨어진 아무르 강변에 블라고베시첸스크라는 도시가 있다. 그 근방에서 자유시 참변 혹은 흑하 사변이란 우리 항일 무장 독립투쟁사에서 가장 처참했던 사건이 발생했었다.
극동 지방에 있던 독립군들은 중앙 시베리아 쪽으로 와서 일본군을 몰아내고 우리의 근거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소련의 볼셰비키는 일본과의 확전을 원하지 않았고 모두 소련군에 속하기를 원했다. 볼셰비키는 독립군들을 무장해제 시키려 했고 그것에 저항하자 1921년 6월 28일, 볼셰비키는 우리 독립군을 학살했다. 사망 272명, 익사자 31명, 행방불명 250여명, 포로 917명이라고 전해진다.

“한국인과 유전학적으로 가장 많이 닮았다는 부랴트인들이 사는 부랴트 공화국”
중앙 시베리아로 들어올수록 한국인과 비슷한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게 된다. 특히 울란우데에 오면 그것을 느끼게 된다. 울란우데는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다. 부랴트공화국은 현재 러시아 연방에 속해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될 때 러시아 공화국, 카자흐 공화국, 우크라이나 공화국 등은 완전히 분리되었지만, 러시아 공화국 밑에 있던 부랴트, 하카시아, 체첸 등등의 자치 공화국들은 ‘자치’를 떼어내면서 공화국으로 격상되었고 이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러시아 연방을 만들었다. 경제적으로 철저히 러시아에 예속된 부랴트 공화국은 현재 러시아 연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울란우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매우 유사해서 깜짝 놀라게 된다. 그들도 한국인을 보면 신기하다는 듯이 서로 쳐다보게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문화 유물도 갖고 있다. 울란우데의 외곽에 야외민속 박물관이 있는데 넓은 벌판 한가운데는 유목민들의 거주지인 겔(유르트)과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회 사원이 있고 올루스(ooloose)라는 통나무로 만든 근세 부랴트 전통가옥도 있다. 또한 러시아 정교회의 개혁을 거부하고 17세기초에 시베리아로 와 숨어 살던 보수적인 정교회 사람들의 집도 전시되어 있다. 어찌나 꼭꼭 숨어 살았던지 이들은 1980년도에 발견되었을 때, 레닌이나 공산주의 혁명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약 350년간을 세상을 모른 채 자기들끼리만 살았던 것이다.
이곳에 솟대가 있다. 기둥 위에 나무를 깎아 만든 새를 얹어 놓은 것으로, 현재 한국의 안동 지방 같은 곳에 가면 볼 수 있다. 울란우데 민속촌 박물관에 쓰여진 팻말의 설명을 소개하면 이렇다.
예벤크족(초기 퉁구스족은) 북쪽의 툰드라와 타이가 지역을 개척한 종족이다. 러시아에 모두 25,000명이 살고 있는데 그중의 1,700여 명이 이곳 부랴트 공화국에 살고 있다. 예벤크족에게 우주는 세 개의 정신세계로 형성되어 있다. 다르페(darpe)는 하늘의 세계를 의미하며 샤먼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하늘의 세계는 곰, 물고기로 형상화되고 오난(onan)은 악과 죽음의 세계, 땅의 세계로 늑대와 여우로 표현된다. 이 두 세계 사이의 중간세계를 나타내는 정신은 무그데네(mugdene)라 하며 이것은 새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즉, 이들에 의하면 솟대는 하늘과 땅의 두 세계를 연결하는 중간세계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솟대는 세계의 무질서와 부정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하늘에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이었으니, 형상은 물론 의미에서도 똑같다.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솟대를 바라보면 힘든 현실을 살아가며 새를 통해 하늘의 축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먼 옛날 우리 조상의 일부분이 이곳을 거쳐 한반도에 왔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티베트 불교를 믿는 울란우데 사람들”
이곳 사람들은 러시아인들과는 달리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민속박물관에도 티베트 불교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울란우데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이볼긴스키 닷샨이란 민속촌에 가면 멋있는 티베트 불교 사원도 볼 수 있다. 울란우데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시베리아 벌판을 약 30분 정도 달리면 목조 주택들이 간간이 들어선 곳에 우뚝 서 있는 티베트 불교 사원이 보인다. 화려한 법당 안에는 불상과 함께 티베트 불교의 법왕 달라이라마 14대의 사진이 모셔져 있는데, 평일에는 승려 서너 명이 간소한 의식을 치르지만 특별한 날에는 수많은 승려들이 모여 거대한 의식을 치른다. 이곳은 러시아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으로 부랴트족 불교도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