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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맞대고 전과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하는 낭만적인 광장시장

c.unsplash.com/Mike Swigunski

서울 종로구 예지동에 있는 광장시장(廣藏市場)은 역사가 깊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상설시장으로 종로 5가역에서 나오면 바로 있기에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서울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요즘처럼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풍경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평범해 보이던 시장이 나중에 인정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방송의 힘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 바가지 문제도 생기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포목과 구제상품도 많이 팔지만 시장 노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전, 빈대떡, 회에 막걸리 한 잔, 혹은 떡볶이 어묵 등을 먹는 분위기가 좋아서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서울의 명물 시장이 되었다.

“서울 3대 시장 중의 하나인 역사 깊은 광장시장”
조선 시대에는 한양의 3대 시장이 경복궁 앞에 있던 국가에서 허가한 종로 일대의 시전과 서소문 일대에 있던 칠패 시장, 그리고 흥인지문(동대문) 일대의 배오개 시장이었다. 특히 칠패 시장과 배오개 시장은 18세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민간 시장으로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개항과 함께 중국, 일본 상인들이 서울의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성내의 큰 집들이 모두 중국인의 집이 되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중국 상인들이 침투해서 부를 축적했고, 일본 상인들은 처음으로 만들어진 상설시장인 남대문시장을 중심으로 충무로 일대에 상권을 넓혀갔다.
중국, 일본 상인들에게 밀린 조선의 상인들은 청계천 주변과 종로 일대로 밀려났다. 그들은 1905년에 광장(廣長) 주식회사를 세웠는데 그 이름은 종로에 있던 다리 광교와 장교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인데, 처음에 광교와 장교 사이를 복개하고 그 위에 시장을 만든 후, 또한 배오개 터에도 시장을 만들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기술로 복개가 어려웠고 장마가 지면 주변에 홍수가 나서 광교와 장교 사이의 시장은 포기하고 현재의 광장 시장터인 배오개 시장에 시장을 만들었다.
배오개라는 이름에는 여러 설이 있다. 주변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런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호랑이가 출몰해서 100명이 모여야 넘는다는 의미의 백 고개에서 배오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이후 쓰여진 한자는 이현(梨峴)으로, 즉 ‘배나무 고개’란 뜻이다.

“동대문 시장과 광장 시장의 변천 과정”
배오개에 만들어진 시장은 ‘광장 주식회사’에서 만들었는데 동대문 가까이에 있어서 처음에는 ‘동대문 시장’으로 불렸다. 원래 배오개 일대는 빈민 거주지로 거지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반면에 남산과 충무로 일대는 일본인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화려했다. 동대문 시장은 가난한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점점 발전하면서 1922년까지는 남대문시장보다 거래 규모가 컸다. 하지만 그 이후 일제강점기 동안 남대문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2위 자리로 밀려났다.
남대문 시장은 일제가 세운 중앙물산주식회사에서 운영했고 동대문 시장은 한국인들이 세운 광장 주식회사에서 운영했는데 해방 후에는 동대문 시장 상인 연합회가 이 시장을 끌고 간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부터 동대문 시장은 성장하면서 청계천 천변을 따라 종로5가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그러자 동대문 시장은 한때 이정재를 비롯한 깡패들의 소굴이 되었다. 이정재는 자신이 동대문 상인 연합회 회장이 되어 상인들을 착취했지만 4.19, 5, 16을 거치면서 처형되었다.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동대문 시장에는 북한에서 내려온 월남민들과 전쟁 피란민들이 몰리면서 종로5가와 종로6가 쪽으로 규모가 커졌고 시장이 분리되었다. 결국 ‘광장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시장은 광장시장이 되고, 새롭게 형성된 시장은 동대문 시장이라고 불렀다. 광장시장은 광장 주식회사의 이름을 따서 광장(廣長)이라 불렸지만 한자는 ‘넓게 저장한다’는 의미의 廣藏)으로 바뀌었다.
동대문 시장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둔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특히 의류 시장이 발전하고 수출도 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옛날의 재래식 동대문 시장의 모습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동대문 시장 주변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거평 프레야타운,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거대 패션몰들이 문을 열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관광지로서의 종로 광장 시장의 매력”
동대문 시장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것과 달리 광장 시장은 예전의 모습을 갖고 있다. 여전히 포목점, 의류 등을 팔고 있지만 먹거리로서 유명하게 되었다. 현재 이곳을 찾는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 한국인들은 옷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는 것을 즐기러 온다.
이곳은 오래된 시장이다 보니 옛날부터 서민적인 먹거리들이 발전했다. 광장시장 먹거리 장터에는 90여 개의 식당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 빈대떡, 마약 김밥, 육회, 떡볶이, 순대, 잔치국수, 토스트, 족발 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마약 김밥은 한번 맛을 보면 마약처럼 계속 먹게 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회나 전의 가격은 대개 1만 원 - 1만 5천원 선인데 얼마전에는 양을 너무도 적게 주는 바가지가 발생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에게 전 몇 개 주고 1만 5천 원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안 그렇다는데 그로 인해서 손님이 팍 줄어버리는 상황도 겪었다. 그후 서울시에서도 감독하고 상인들 스스로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맛도 맛이지만 노점에 앉아서 어깨를 맞대고 먹는 분위기 때문에 많이 오는 곳이다. 혼자 가도 1인을 상대로 하는 회, 빈대떡, 전을 시켜서 구석에 앉아 소주나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는 분위기라 혼자 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이런 곳에서의 예의는 빨리 먹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손님이 많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 외에도 광장시장 근처에는 육회 골목, 닭 한 마리 골목 등이 있어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