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넘게 부탄의 중심지였던 환상적인 푸나카종
푸나카는 팀부 이전에 부탄의 수도였던 곳이다. 17세기 티베트에서 종파 싸움을 하던 샤브드룽은 부탄으로 건너와 현재의 국교인 뇌룡파를 이끌면서 새로운 부탄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만든다. 티베트와의 항전에서 그들을 물리친 샤브드룽은 이곳 푸나카에 수도를 만들었다. 그후 300년 넘게 부탄의 수도였던 푸나카에는 푸나카종(Punakha Dzong) 전통 가옥, 전통 사원들이 많이 있다.
“푸나카 가는 길”
팀푸에서 푸나카까지는 76킬로미터지만 길이 험해서 한번에 달리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심토카종을 거쳐서 해발 3,140m인 도츄라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길도 험해서 차멀미나 고산증을 느낄 수 있다. 대개는 약 40, 50분 정도 달린 후, 도츄라 고개에 있는 카페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차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108개의 불탑이 있다. 1973년 시킴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패배한 반란군이 부탄으로 도망치자 인도의 요청을 받은 부탄군은 그들을 소탕한다. 그 전투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위해서 만든 불탑들이다. 그후 내리막길을 달려 해발 1250m에 위치한 푸나카로 향하게 된다.
“부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푸나카 종”
푸나카에는 부탄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푸나카 종’이 있다. 샤브드룽은 1629년에 심토카 종을 건설한 후, 이곳을 침략한 티베트군을 물리쳐서 부탄의 독립을 이루어낸다. 그후 샤브드룽은 푸나카에 멋진 푸나카 종을 건설한다. 1637년에 시작해서 1년만에 완공했는데 본래 이름은 ‘풍탕 데첸 포드랑’으로 ‘큰 행복의 궁전’을 의미한다.
이 종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746년 부탄을 방문하여 불교를 전파한 파드마 삼바바는 ‘구루 린포체’라고도 불린다. 그가 창시한 불교는 티베트 불교의 ‘닝마파’라고도 불리는데 그는 푸나카를 방문하여 먼 훗날 이곳에 코끼리를 닮은 ‘남걀’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나라를 하나로 통일하고 이곳에 큰 성을 지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여기서 남걀은 부탄 민족의 영웅 ‘샤브드룽 남걀’을 의미한다.
파드마 삼바바의 예언이 있은 지 870년 후인, 1616년에 샤브드룽은 티베트에서 부탄으로 왔다. 부탄에 와서 다른 파와 투쟁을 하면서도 1629년에 최초로 요새화된 심토카 종을 만들었고, 그 다음 해인 1630년에 티베트의 침공을 물리쳐서 부탄을 뇌룡파로 통일시키면서 부탄이란 나라를 만들었다. 8년 후인 1638년에 그는 ‘푸나카 종’을 만들었으니 파드마 삼바바의 예언은 892년만에 완전히 실현되었다. 그런데 종 뒤쪽의 산이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코끼리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샤부드룽 당대 이 종은 부탄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으로 최고 행정관과 대수도원장이 머무는 곳이었고 1952년 부탄의 3대 왕이었던 지그메 도르지 왕축은 이곳에서 새로운 국회를 열었던 역사적인 장소였다. 지진과 화재로 무너지면서도 계속 재건축을 했다.
1950년대 중반까지 수도이자 정부 소재지 역할을 했고 부탄의 모든 왕들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거행했다. 푸나카 종은 여전히 드라샹(dratshang, 공식 승려 단체)의 겨울 거주지이다.
“푸나카 종의 구조”
푸나카 종은 가로 72m, 세로 180m이고 6층의 높이인데 두 강의 교차 지점에 세워졌다. 푸나카 종을 바라보고 왼쪽의 강이 모추강(여성의 강)’ 오른쪽은 포추강(남성의 강)이다. 이 두강이 만나서 ‘푸나 짱 추’라는 강이 되어 흘러간다. 푸나는 계곡, 짱은 큰 강, 추는 물이란 뜻이라고 한다 푸나카 종은 적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파른 나무로 된 진입 계단은 끌어올리도록 설계되어 있고, 밤에는 무거운 나무 문에 의해 닫혀져 있다.
푸나카 종에는 다른 종처럼 2개가 아닌 3개의 도체이(dochey,안뜰)이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첫 번째(북쪽) 안뜰은 관리를 위한 역할을 하고 거대한 흰색의 승리의 초르텐과 보리수가 있다. 맨 왼쪽 모서리에는 돌들과 나가(뱀 정령)의 여왕의 사당이 있다.
두 번째 안뜰에는 수도원 구역이다. 이 안뜰에는 두 개의 홀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나중에 부탄의 초대 왕이 된 우겐 왕축(Ugyen Wangchuck)이 1905년 John Claude White로부터 인도 제국의 기사단 기사단을 수여받았을 때 사용되었다.
최남단 안뜰에는 샤브드룽 남걀의 유적이 보존되어 있는 사원이 있다. 샤브드룽은 이 푸나카 종에서 죽었고 그의 시신은 방부처리 되어 여전히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관으로 밀봉되어 있고 이 방안에는 두 명의 수호 라마(스님) 외에 왕과 ‘제 켄포’(제 켄포는 부탄의 최고 종교 지도자)만이 이 방에 들어갈 수 있다. 왕과 제 켄포는 직분을 맡기 전에 축복을 받으러 이곳에 온다.
푸나카는 역사, 종교, 문화적으로 중요한 곳이지만 풍경도 기가 막히다. 인구는 약 6천 명 정도로 한적한 시골 분위기다. 파란 강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 하얀 구름, 부겐빌라 꽃들 그리고 하교 시간의 아이들을 보면 환상적인 낙원처럼 다가온다. 푸나카는 팀푸보다 기온이 높다. 한 겨울에 팀푸가 영하 5도에서 10도 정도라면 푸나카는 가을 날씨라고 한다. 이곳은 쌀 이모작이 가능한 지역이라고 한다.
“겨울의 행정 중심지 푸나카 종”
한 겨울이 되면 정치, 종교 지도자들은 푸나카로 와서 겨울을 보냈다고 한다. 가을, 겨울에 온 외부인들 역시 푸나카에 오면 아름다운 풍경, 온화한 날씨 속에서 한동안 묵고 싶어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성수기에 보트를 타고 래프팅을 하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푸나카 종 위로 뜬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 쌍무지개라도 뜨면 더욱 환상적이다. 자주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강물에서 발을 씨고 아름다운 사원 위로 뜬 쌍무지개는 현실같지 않은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두 자신의 운에 달려 있지만 무지개가 없더라도 푸나카는 풍경 자체가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