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총행복(GNH)이 국내 총생산(GDP)보다 중요한 나라, 부탄
한때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알려졌다. 2010년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발표에서였다. 조사를 해보니 비록 가난해도 국민들의 행복도는 부탄이 제일 높았다는 것이다. 부탄 정부가 국민 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 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보다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것을 위한 정책을 핀 결과였다. 그런데 2017년 유엔에서 발표된 ‘행복 보고서’에서 부탄은 97위를 차지했다. 어찌된 일일까? 부탄은 그 사이에 불행한 나라가 되었을까?
“부탄 국민의 행복도”
2016년, 유엔에서 발표한 ‘행복 보고서’에서는 1위 덴마크, 2위 스위스며 한국은 58위다. 그 이전 보고서에도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이 상위권이고 부탄은 발견할 수 없다. 물론 조사하는 방법, 조사하는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부탄 국민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도가 떨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부탄을 직접 여행하는 가운데 순박해 보이는 그들의 미소, 느긋한 행동 속에서 그들의 행복을 보지만 반면에 물질적 빈곤과 싹트는 욕망도 볼 수 있다. 부탄 사람들도 밖의 세상을 알아가면서 자신들의 빈곤을 깨닫자 상대적 박탈감이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실업률도 높아지고 이혼율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현대화의 물결에 휩싸인 부탄”
이제 이들도 현대화의 물결 속에 휩싸인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고립된 상태지만 아름다운 자연, 불교로 통합된 사회, 욕심이 적고 전통을 지키는 분위기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물질적으로 보면 빈곤했고 의료/교육/교통 등의 상태도 부실했지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며,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무심하게 살았는데 그만 여행자를 통해서, 텔레비전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물질적 행복을 알기 시작하자 이렇게 변한 것이다.그러나 그렇다고 부탄이 불행한 나라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부탄의 쇄국 정책”
부탄은 17세기 중반부터 샤브드룽이 부탄을 통일한 후, 백년 간 잘 통치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부터 혼란기에 빠져든다. 이런 틈을 파고 들면서 영국이 이곳에 세력을 확장한다. 영국은 부탄을 이용해서 1903년-1904년 티베트를 침공했다. 이때 트롱사 성주의 아들 ‘우겐 왕축’이 영국군과 함께 티베트를 침공했다. 이런 인연으로 영국은 1907년 ‘우겐 왕축’을 근대 부탄의 왕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후 2대 왕은 친영국, 친인도 정책을 펴왔고 3대 왕, 지그메 도르지 왕축은 영국, 인도하고만 소통하면서 다른 외부와는 문을 걸어 닫은 강력한 쇄국정책을 핀다.
그러나 경찰, 군대, 입법기관을 확립하고 농노해방, 토지 재분배를 하면서 근대화 정책을 폈다. 이런 정책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탄이 가장 앞서가는 선진국인 영국의 영향을 받았고 부탄의 왕족들이 영국에서 유학을 하며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부탄의 개방 정책과 행복을 중시하는 정책”
부탄이 서서히 개방하기 시작한 것은 4대왕 지그메 싱게 왕축(재위 기간, 1974-2008) 때부터였다. 그는 점점 개방정책을 시행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공적은 국민총행복, 환경보호를 내세운 정책이었다. 그것이 오늘날 부탄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는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나라는 GDP 즉, 일정 기간 동안 국내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금액을 지표로 삼거나 GNP(Gross National Product) 즉, GDP에서 국내의 외국인들이 생산한 물품의 총액을 빼고, 대신 해외의 자국민이 생산한 물품의 총액을 더한 금액을 경제 지표로 삼는다. 그것으로 국가 순위를 매기며 발전도를 측정한다.
“국민총생복을 중시하는 부탄의 정책”
하지만 부탄은 이런 것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지 구호가 아니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4대 정책을 내세운다.
1.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경제의 발전
2. 히말라야 자연환경 보호(녹지 60% 이상 유지)
3. 유형, 무형 문화재 보호(매달 전통문화 축제)
4. 좋은 통치
예를 들어 탄광을 통해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 파헤치고 나면 더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런 것은 4대 정책 지표에 위배되므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농사는 지속가능한 산업이다. 이것도 토지를 너무 혹사하면 안되므로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농토를 쉬어 가며 하게 한다. 또한 아무리 관광객이 뿌리는 달러가 중요해도 농번기에 농민들이 그들을 위한 안내자가 되면 농업에 지장을 받으므로 그 시기에 관광객들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금지한다. 또한 매달 각 지방에서 축제를 벌이며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지도자는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좋은 통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그것을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국민들의 피드백을 받는다. 국민 총 행복위원회(Gross National Happiness Comission)에서 모든 국가 정책과 민간 분야의 사업들을 2년마다 검토하는 가운데 8천 명과 면담한다. 그 결과 녹지율이 64%에서 68%로 증가했고 부탄 인구 90%인 농민이 자급자족하며,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실시했다. 또한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85%를 수출했다. 그리고 관광객 수를 제한하면서 오염을 방지했다.
이런 강력한 지침과 추진력 그리고 세심한 배려 속에서 부탄은 비록 GDP 수치가 낮고 빈곤한 편이어도 불교라는 종교와 왕실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인해 국민들의 행복감은 날로 높아졌었다.
그런데 4대 왕은 언제까지나 이런 정책이 가능하리라고 보지 않고 개방화, 민주화 정책을 취했다. 그는 몸이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2008년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물러주었다. 5대 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은 아버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현재 입헌 군주국 하에서 정당설립을 허용하고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위해 지도층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왕정을 좋아하며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현할 만큼 민도는 높지 않다고 한다.
“개방화와 함께 생기는 부작용”
문제는 개방화가 될수록 전통적 가치가 훼손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질적 가치관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GDP는 올라가고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져도사람들의 행복도는 낮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곳곳의 도시에 들러 문화재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이트 라이프도 보는 가운데 부탄이 왜 행복도 1위였다가 지금은 이렇게 되었는가를 관찰할 수 있다.
여전히 그들은 아름다운 자연, 맑고 깨끗한 공기, 순박한 인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외부에서 온 이들에 비하면 그들은 순박하고 느긋하다. 다만 개방화로 인해 주관적인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들의 ‘국민 총 행복’을 위한 정책들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부탄의 행복도가 어떻게 측정되든 간에 부탄을 트레킹하고 여행하는 외부인들은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이 앞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바라고 우리의 삶과 행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부탄 여행이 한결 보람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